난쟁이가 하는 말



이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카세료가 연기를 어찌 한 건지 몰라도

나는 이 장면, 세부미의 얼굴 속에서 강직함과 두려움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얼굴이다.


아쿠타가와가 했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은 대개 동물적이기 마련이다."


나는 스펙시리즈를 보면서 세부미 타케루라는 캐릭터를 참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세부미를 보다보면 아쿠타가와의 저 말이 실감나게 다가오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세부미는 토우마 보다도 '비인간적인' 인간이다.

사실은 스펙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강인한 생존력에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뛰어든다. 이건 그냥 '강인한 정신력'이라기 보다는

세부미 타케루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토우마와는 달리 세부미는 스펙 시리즈 내내 '변화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이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을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 장면에서도, 초반 '스펙'이라는 것을 믿지 않던 세부미에게는 

너무나 터무니없을 제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세부미를 보고

정말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생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어버리니까,

철저하게 이성적인 세부미도 두려움 앞에서는 이렇게 흔들릴 수 있구나.


운노의 제안(또는 협박)을 거절한 것과는 상관없이, 세부미라는 캐릭터의 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이 통째로 부정당할 수 있는 현실 앞에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원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부정당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을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

세부미라는 캐릭터는 그 강함과 약함이 보여주는 두 가지 면을 잘 보여줘서 좋다.


후반부에 나오는 토우마의 대사에서도 그러한 면을 느낄 수 있다.

"세부미씨는 군인 주제에 거짓말쟁이네요."


아무리 많이 잃어봐도 두려운 것은 두려운 것이다.

세부미는 그런 사실을 숨기느니 차라리 거짓말을 해서 눈을 돌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아쿠타가와의 말대로,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은 대개 동물(본능)적이기 마련이다.